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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의 공학적 보존법

초고압 처리와 저온 저장 병행이 전통 발효식품에 미치는 효과

1. 전통 발효식품 품질 유지를 위한 초고압 처리 필요성

김치, 된장, 청국장, 젓갈 등 한국 전통 발효식품은 발효균의 활성이 품질과 풍미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지만, 유통 과정에서 과도한 발효나 부패로 인한 산도 상승, 가스 발생, 조직 연화가 쉽게 나타난다. 특히 해외 수출을 위해 장기 운송이 필요한 경우, 기존의 단순 냉장 보관만으로는 미생물 증식을 충분히 억제하기 어렵다. 이때 적용되는 **초고압 처리(High Pressure Processing, HPP)**는 400~600 MPa 수준의 높은 압력을 식품에 단시간 가해 미생물의 세포막을 파괴하고 효소 활성을 저하시켜 변질을 방지한다. 열을 가하지 않으므로 단백질 변성이나 영양소 손실이 적어 김치의 아삭한 식감, 된장의 깊은 향, 젓갈의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초고압 기술은 기존 열처리 방식 대비 비가열 살균이라는 장점을 통해 전통 발효식품의 고유성을 보존하면서도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2. 저온 저장과의 병행을 통한 미생물 안정화

초고압 처리 후 식품을 단독으로 상온 유통할 경우 잔존 미생물이나 효소가 장기간 저장 중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온 저장(cold storage)**을 병행하면 HPP가 제공하는 1차 미생물 사멸 효과와 저온 환경의 2차 증식 억제 효과가 시너지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초고압 처리된 김치를 0~4℃의 냉장 상태로 보관하면 유산균의 증식 속도가 완만해져 발효가 서서히 진행되며, 가스 팽창과 산도 급증을 억제해 신선한 맛과 색상을 6주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된장이나 고추장과 같이 숙성 발효가 중요한 식품은 초고압 처리 후 저온 저장 시 풍미 성분의 과산화아미노산 분해가 크게 줄어 감칠맛과 점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처럼 두 공정의 병행은 발효식품의 미생물 군집을 안전하게 제어하면서 제품별 발효 특성을 유지하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3. 품질 유지 및 영양 보존 효과 분석

초고압과 저온 저장의 병행 처리는 단순히 미생물 사멸에 그치지 않고 전통 발효식품의 조직감·영양소·향미 성분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HPP는 열처리에 비해 비타민 C, 폴리페놀, 생리활성 펩타이드 등의 열 민감성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며, 저온 환경은 산화적 갈변과 지방 산패를 억제하여 색상과 풍미를 안정화한다. 실제로 초고압 처리 후 2℃에서 저장한 김치는 30일 경과 후에도 아삭한 식감과 밝은 적색을 유지하였고, 일반 냉장 보관 김치에 비해 유산균 생존율이 높게 나타났다. 청국장과 같은 콩 발효식품의 경우, HPP는 단백질 분해 효소 활성을 조절해 아미노산 및 이소플라본 함량을 보존하고, 저온 저장은 지질 산화를 억제하여 특유의 고소한 향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병행 처리가 단순한 저장 기술을 넘어 프리미엄 발효식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전략임을 보여준다.

 

4. 산업화 및 글로벌 유통을 위한 적용 전략

초고압 처리와 저온 저장 병행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물류 단계별 온도·압력 관리가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김치의 경우 HPP 장비를 통한 패키징 후 살균 공정과 스마트 센서를 이용한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을 결합해 해외 수출 시 장거리 운송에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된장, 고추장, 젓갈 등 점성이 높거나 입자가 큰 식품은 압력 전달 효율을 고려한 맞춤형 포장 설계가 필요하며, 진공 포장 및 질소 충전과 함께 적용하면 산소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절감을 위해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냉장 물류망과 연계하면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향후에는 AI 기반의 발효 단계별 압력·온도 최적화 알고리즘이 도입되어, 제품 특성에 맞춘 맞춤형 HPP+저온 저장 공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전략은 전통 발효식품의 글로벌 시장 확대와 더불어 안전·품질·환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초고압 처리와 저온 저장 병행이 전통 발효식품에 미치는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