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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의 공학적 보존법

젓갈류 저장 안정성 향상을 위한 초고압 처리(HPP) 적용 사례

1. 젓갈류 특성과 저장 안정성의 한계

젓갈류는 새우, 멸치, 오징어, 조개류 등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한국 전통 발효 식품으로, 특유의 감칠맛과 향을 제공한다. 하지만 높은 염도에도 불구하고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여 장기 저장 과정에서 단백질 분해, 산패, 이취 발생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냉장 유통 과정에서도 일부 내염성 세균이 증식할 수 있어 위생적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에는 고온 살균이나 화학적 보존제를 사용했지만, 고온 처리는 풍미와 조직감을 손상시키고 화학 첨가제는 전통 식품의 ‘자연 발효’ 이미지와 상충한다. 따라서 젓갈류의 저장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원래의 맛과 질감을 보존할 수 있는 비열(非熱)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이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초고압 처리(High Pressure Processing, HPP)**이다.

 

젓갈류 저장 안정성 향상을 위한 초고압 처리(HPP) 적용 사례

 

2. 초고압 처리(HPP)의 원리와 젓갈류 적용 가능성

HPP는 식품을 수십에서 수백 메가파스칼(MPa)의 초고압 환경에 일정 시간 노출시켜 미생물과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은 열을 가하지 않고, 고압에 의해 세포막 파괴와 단백질 변성을 유도해 미생물을 불활성화한다. 젓갈류에 적용할 경우, 고온 살균에서 흔히 발생하는 풍미 손실과 질감 변형을 최소화하면서도 위생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는 400~600 MPa 수준의 압력을 5~15분간 가했을 때 젓갈 내의 일반 세균 수와 대장균군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효소 반응으로 인한 단백질 분해 속도도 둔화되었다. 또한 HPP는 염분 농도를 낮춘 저염 젓갈류에도 적용 가능하여, 건강 지향형 제품 개발에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초고압 처리가 단순히 보존 기간 연장을 넘어 제품 다양화와 기능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저장 안정성 개선과 품질 유지 사례

실제 산업 적용 사례에 따르면 HPP 처리 젓갈류는 냉장 보관 기준으로 일반 제품 대비 2~3배 긴 저장 기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새우젓에 HPP를 적용한 경우, 일반 냉장 보관에서는 약 3개월 내 품질 저하가 시작되지만, 초고압 처리 제품은 6개월 이상까지도 맛과 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산패 지표인 과산화물가(POV)와 휘발성 염기질소(TVB-N)의 상승 속도가 크게 늦춰졌으며, 관능 평가에서도 비처리군 대비 신선한 풍미와 전통적 특유의 맛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고압 처리가 젓갈류의 감각적 품질과 화학적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입증한다. 더 나아가 해외 수출 시 장거리 물류 과정에서도 변질 위험을 줄여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술적 기반이 된다.

 

4. 산업적 의의와 향후 발전 방향

HPP의 가장 큰 장점은 비가열 살균을 통해 전통 발효 식품의 풍미와 조직감을 유지하면서 저장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젓갈류는 한국 전통 음식 중에서도 해외에서 주목받는 대표적 발효 식품군이지만, 짧은 유통기한과 위생 문제 때문에 수출 확대에 어려움이 있었다. 초고압 처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이미 해외에서는 과즙, 육류, 해산물 가공품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상용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젓갈류에 특화된 HPP 공정 조건 최적화 연구와 더불어, HPP 전용 패키징 기술, 저염·저온 발효와의 병행 적용,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과 같은 연계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산업적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초고압 처리는 젓갈류의 저장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전통 발효 식품의 세계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