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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 및 디지털 사후 계획

GDPR과 RUFADAA를 중심으로 본 글로벌 디지털 상속 법제 분석

1. GDPR 중심의 유럽 디지털 상속 규제와 개인정보 보호 원칙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법제로 평가되며, 디지털 상속 문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GDPR은 사망자의 데이터에 대한 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지만, 각 회원국이 국내법을 통해 사망 후 개인정보 처리를 별도로 규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고인의 디지털 계정 및 데이터 접근권을 유족이나 지정 상속인에게 부여하는 조항을 마련했으며, 사망자의 의사와 생전 동의 여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디지털 유산법(Loi pour une République numérique)**은 이용자가 생전에 데이터 처리 방침을 직접 지정할 수 있는 ‘사전지정권’을 도입하여,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의 사망 이후에도 명확한 지침을 따라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처럼 GDPR 체계는 사망자의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하며,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과 **삭제권(Right to be Forgotten)**을 강조해 유족의 접근권보다 당사자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규제는 글로벌 기업이 유럽 내에서 디지털 상속 서비스를 제공할 때, 단순한 계정 이전이나 데이터 공개가 아닌 동의 기반의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를 반드시 설계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법적·기술적 의미가 크다.

 

2. RUFADAA의 주요 내용과 미국식 디지털 자산 상속 절차

미국은 연방 단위의 통일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 주가 상속 관련 법제를 개별적으로 운영해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RUFADAA(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로, 디지털 자산 상속의 기본 틀을 제시한 대표적 모델법이다. RUFADAA는 전통적 상속 절차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여, 고인의 전자메일,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데이터, 암호화폐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에 대해 법적 대리인(Fiduciary)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온라인 툴(Online Tool)**을 통해 사용자가 생전에 상속인을 직접 지정했을 경우, 유언장이나 유산 계획보다 우선적으로 효력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나 페이스북의 Legacy Contact와 같이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RUFADAA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상속인에게 단순 열람 권한만을 부여하거나, 내용 복제 및 전송을 제한하는 등 프라이버시와 상속권 간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러한 구조는 유럽의 GDPR보다 유족의 접근권을 폭넓게 인정하지만, 사용자의 사전 의사 표시가 없을 경우 법원의 명령을 필요로 하며, 주마다 채택 여부와 세부 내용이 달라 법적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3. GDPR과 RUFADAA의 비교: 프라이버시 우선 vs. 접근권 보장

GDPR과 RUFADAA는 모두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상속 규범을 제공하지만, 그 입법 철학적용 범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GDPR은 생전 동의를 중심으로 개인정보의 통제를 강화하며, 사망 후에도 당사자의 프라이버시가 우선시되는 유럽식 보호 모델을 구현한다. 이에 반해 RUFADAA는 상속인의 자산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디지털 자산을 **재산(Property)**으로 간주해 상속권을 적극 보장하는 미국식 접근 모델을 따른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사용자가 사전에 명확한 동의를 남기지 않으면 가족이라도 계정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법원의 허가나 대리인 지정 절차를 거쳐 상당 범위의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차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SNS, 암호화폐 거래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운영할 때 **이중 규제(Double Regulation)**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기업은 유럽 내 서비스에서는 GDPR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엄격한 동의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미국 내 서비스에서는 RUFADAA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온라인 툴 우선 시스템과 법적 대리인 인증 절차를 병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두 제도는 공통적으로 사전 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와 상속권 보장의 균형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실무적 대응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DPR과 RUFADAA를 중심으로 본 글로벌 디지털 상속 법제 분석

 

4. 글로벌 디지털 상속을 위한 통합적 대응 전략

디지털 자산이 국경을 초월해 보관·유통되는 현실에서, GDPR과 RUFADAA를 모두 고려한 통합적 상속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 계정 내에서 사전 동의·상속인 지정·삭제 요청을 간편하게 설정할 수 있는 다국적 관리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운영 서버가 여러 국가에 분산되는 만큼, **데이터 주권(Data Localization)**과 국제적 데이터 이전 규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을 활용해 데이터 변경 이력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암호화 키 관리 시스템을 통해 사망 후에도 접근 권한을 조건부로 부여하는 방식이 유망하다. 더 나아가 국제기구나 G20 차원의 디지털 상속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이 이루어진다면, 국가 간 법적 충돌을 완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준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생전에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전자 유언장(e-Will),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AI 기반 사전 알림 시스템 등을 통합 제공하여, 프라이버시와 상속권이 조화를 이루는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이러한 전략은 데이터가 국경을 초월하는 클라우드 시대에, 디지털 유산 관리의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유족·플랫폼 모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