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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관리 및 디지털 사후 계획

암호화폐·NFT 상속 절차의 현실과 과제

1. 암호화폐 상속의 복잡성: 프라이빗 키와 접근권 문제

암호화폐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와 자산 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금융자산과 달리 상속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는 프라이빗 키(Private Key) 또는 **시드 구문(Seed Phrase)**을 보유한 사람만이 실제로 해당 자산을 이전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 법원이 상속권을 인정하더라도, 유족이 이 비밀 키를 확보하지 못하면 계정에 접근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고인의 암호화폐 지갑이 하드월렛·콜드월렛에 저장되어 있거나, 온라인 거래소 계정에 로그인 정보가 남아 있지 않다면 자산이 영구히 잠기게 된다. 또한 중앙집중형 거래소(CEX)와 달리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개인 지갑의 경우 사업자가 별도로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민법상 상속 권리가 기술적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특수성은 기존 상속 제도에서 다루는 예금·주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를 야기하며, 디지털 상속 계획의 사전 설계가 필수임을 강조한다.

 

암호화폐·NFT 상속 절차의 현실과 과제

2. NFT 상속의 법적 쟁점: 소유권·저작권·플랫폼 약관의 충돌

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에 고유한 식별값을 기록해 예술 작품, 음악,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자산이다. 그러나 NFT의 법적 본질은 실물 자산이 아닌 디지털 토큰이며, 실제 콘텐츠 파일은 별도의 서버에 저장되는 경우가 많아 상속 시 권리 해석이 복잡하다. 예를 들어, NFT를 상속받은 유족이 해당 토큰의 메타데이터와 함께 작품의 저작권까지 자동으로 취득하는지 여부는 국가별로 판례가 엇갈린다. 미국은 저작권 이전을 계약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NFT 보유만으로 창작물 사용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일부 유럽 국가는 NFT 거래 기록을 근거로 일정한 이용권을 부여한다. 또한 NFT는 대부분 특정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오픈씨, 라리블 등)**의 약관을 따르는데, 플랫폼이 사망자 계정의 소유권 이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상속 결정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이는 상속인이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기술적·계약적 제약으로 실제 권리 행사가 어렵다는 규범 충돌을 보여준다.

 

3. 국가별 상속 제도의 현황과 과세 문제

암호화폐와 NFT 상속은 국가마다 법적 지위와 과세 체계가 크게 다르다. 미국은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간주해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명시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RUFADAA(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를 통해 유족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 반면 **유럽연합(EU)**은 GDPR을 중심으로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해 상속인의 접근을 제한하는 경향이 강하며, 과세 방식도 국가별로 통일되지 않았다. 한국은 2023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가상자산의 상속·증여를 신고 대상에 포함했지만, 상속세 계산 시 기준 시가 산정이 어려워 과세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는 사망 시점과 과세 시점의 시가 차이가 커서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으며, NFT는 거래 이력이 부족해 공정 가치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 이러한 제도적 불확실성은 상속 계획 단계에서 세무 전문가와 법률가의 협력을 필수화하며,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국제 과세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4. 미래 과제: 디지털 유언장과 스마트 계약 기반 상속 설계

암호화폐와 NFT의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민법 중심의 제도 개선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생전 이용자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자산 이전 조건을 미리 설정하는 자동 상속 시스템을 구축하면, 사망이 확인될 경우 지정된 지갑으로 자산이 자동 전송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둘째, 국가별 공증 제도를 활용한 디지털 유언장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공인인증 기반의 프라이빗 키 보관 서비스를 활성화하면 유족의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다. 셋째, 거래소와 마켓플레이스는 사후 계정 이전 절차와 고객 확인(KYC) 정책을 강화하여 상속인의 권리를 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기구(OECD·ISO 등)가 참여하는 글로벌 표준화를 통해 프라이버시 보호와 재산권 보장을 조화시키는 통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법제의 병행 발전은 암호화폐와 NFT가 단순 투자 자산을 넘어, 상속 가능한 디지털 재산으로 안전하게 자리 잡는 기반이 될 것이다.